[토론문] 이윤보다 생명 2026 보건의료운동 총회 “연대가 제도가 될 때 – 연대진료소, 건강보험, 그리고 한의사의 역할”

토론문 | 이윤보다 생명 2026 보건의료운동 총회

연대가 제도가 될 때

연대진료소, 건강보험, 그리고 한의사의 역할

참의료실현 청년한의사회 박주석 정책국장, 송수민 연대사업국장



 

1. 연대진료소는 보건의료운동의 방법론이었다

 내일, 4월 20일은 장애인차별철폐의 날입니다. 장애인들은 2001년부터 장애인도 이동하고, 교육받고, 노동하며, 감옥 같은 시설이 아닌 지역사회에서 건강하게 함께 살자고 외쳐왔습니다. 그리고 청년한의사회는 장애인독립진료소 운영을 통해 장애인 건강권 운동을 함께해왔습니다.

 참의료실현 청년한의사회는 1990년 창립 이후 36년간 연대진료소를 운영해왔습니다. 노동자, 농민, 장애인, 십대여성, 성소수자. 이 목록은 단순한 진료 대상의 열거가 아닙니다. 각 시대가 어느 인구집단을 의료에서 배제하고 있었는지를 보여주는 지도입니다. 모든 연대진료소의 의의는 그 진료소의 해체에 있습니다. 현장이 제도가 되는 것, 그 자체가 목표입니다. 진료소는 당장의 필요를 채우는 것을 넘어, 제도화를 위한 모델을 발굴하고 그 모델을 지지할 정치적 주체들을 조직하는 현장입니다. 청한의 연대진료소들은 소수자 커뮤니티와 함께하며 커뮤니티의 구체적인 필요를 중심으로 진료를 해왔습니다.

 먼저 장애인독립진료소는 17년간 누적 4,000명 이상을 진료하며, 노들장애인야학·발바닥행동과 함께 의료·복지·사회운동이 통합된 커뮤니티케어의 실천 모델을 구축해왔습니다. 2015년에는 사회복지공동모금회 장애인 주치의 사업에 참여하여 방문진료 200여 건을 수행하기도 하였습니다.[1]

 다음으로 나무진료소는 2018년 십대여성일시지원센터 ‘나무’와 함께 시작되어 8년간 총 242회 진료를 수행했습니다. 나무센터를 찾는 (위기) 십대여성청소년들의 수요에 맞추어 퀴어 프렌들리 예진 문항을 한의계 최초로 도입하고, 진료진 전원을 여성으로 구성하며, 성매매·마약 노출 등 민감한 사회력을 진료 상담 과정에서 자연스럽게 파악해 법률·의료 지원으로 연결하는 인권 친화적 진료 모델을 구축했습니다.[2]

 연대진료소는 ‘현장에서 모델을 발굴하고, 그 모델을 제도화’하는 보건의료운동의 방법론입니다. 그 제도화의 핵심 기제는 바로 건강보험 보장성입니다. 소수자 건강권 실현을 위해 보건의료인들이 제공할 필요가 있는 영역을, 건강보험을 통해 공급자의 부단한 노력 없이도 자연스럽게 제공하도록 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연대진료소 전체 연혁과 세부 활동은 [별첨 1], 장애인독립진료소와 나무진료소의 세부 기록은 [별첨 2~3]을 참조해 주십시오.

2. 건강보험 보장성은 왜 핵심인가: 공적 통제의 문제

 급여화는 단순히 환자의 비용 부담을 줄이는 것을 넘어, 심사평가원의 모니터링과 공급자 책임 등 의료 행위를 공적 관리 체계 안에 두며 의료공급자를 공적으로 통제하는 기제입니다. 하지만 한의계는 첩약 등 핵심 영역이 여전히 비급여에 머물러 있고 이는 한의 의료가 공적 제도 내에서 제 역할을 다하지 못하게 만드는 근본 원인이 됩니다.

 낮은 건강보험 보장성과 함께, 한국 의료의 구조적인 문제로 뽑는 것 중 하나는 의사 수 부족이기도 합니다. OECD Health at a Glance 2023에 따르면, 한국의 인구 1,000명당 활동 의사 수는 한의사 제외 시 2.1명으로 OECD 평균 3.7명의 57%에 불과하며, OECD 국가 중 최하위입니다.[3] 서울을 제외한 모든 지역에서 활동 의사 수가 OECD 평균에 미달합니다.[4] 의사가 절대적으로 부족한 상황에서, 이미 일차의료 GP로 활동하는 한의사 67%(14,798명)는 즉시 투입 가능한 의료인력 자원입니다.[5] 그러나 건강보험 제도의 한계 및 역할과 권한의 한계로 인해 이들의 공공의료적 기여가 가로막혀 있는 상황입니다.

의사 수 부족 관련 상세 통계는 [별첨 4]를 참조해 주십시오.

3. 한의사의 현실: 공공의료에서의 구조적 배제

 한의약 건강보험 보장률은 한방병원 41.7%, 한의원 59.6%로 전체 평균 64.9%에 크게 미달합니다. 한방병원 환자는 총 진료비의 58.3%를 직접 부담합니다. 한의 비급여의 핵심인 한약첩약(1,209억 원, 76.7%)은 급여화 시범사업이 진행 중이지만, 여전히 비급여 영역에 놓인 한의약은 공적 통제의 사각지대에 있으며, 이는 보장성 강화 운동이 한의약 영역에서 특히 시급한 이유입니다.[6]

 더 심각한 문제는 새롭게 만들어지는 공공의료 제도들에서 한의사가 명시적으로 배제되는 패턴입니다. 장애인주치의, 치매주치의, 재택간호통합센터, 방문간호·가정간호, 회복기 전문 재활병원, 국공립병원에서 한의사는 모두 배제되어 있습니다. 국민건강보험공단이 운영하는 일산병원에서는 한의과 설치 타당성 연구에서 한의과 설치가 필요하다는 결론이 났으나 미설치되었습니다. 장애인주치의의 경우, 한국한의학연구원 연구에서 한의사 참여 수요 94.8%, 장애인·보호자 96.5%가 도입을 긍정적으로 평가했음에도 4단계까지 진행된 시범사업에 한의사 참여가 이루어지지 않고 있습니다.[7]

 청년한의사회의 장애인독립진료소가 17년간 축적한 경험 — 커뮤니티 기반 진료, 사례관리 회의, 인권교육, 주치의 사업 참여 — 은 장애인주치의제도의 모델 그 자체입니다. 그러나 현장에서 모델이 발굴되었지만, 제도 설계 과정에서 한의사가 배제됨으로써 ‘현장이 제도가 되는’ 경로가 차단된 것입니다. 이것은 연대진료소의 방법론이 제도화에 실패한 대표적 사례입니다.

 한의사가 공공의료에서 배제되는 주요 원인으로 필요한 역할을 할 수 없다는 것이 꼽히지만, 이는 실제로 역량이 부족해서라기보다 정치적 선택에 의해 역할과 권한이 제한되었기 때문인 측면이 큽니다. 대법원 2022년 전원합의체 판결은 ‘의료행위의 개념은 가변적인 것’이라는 의료행위 가변성 원칙을 천명하고, 한의사의 초음파 진단기기 사용을 허용했습니다. 이처럼 법원에서는 한의사 의료행위 확대가 이야기되는데, 건강보험 급여 체계에서는 한의사 역할 확대가 반영되지 않고 있습니다.[8] 이는 행정부의 정치적 선택의 문제입니다.

제도별 배제 현황과 판결 비교는 [별첨 5]를 참조해 주십시오.

4. 선의가 아닌 제도가 좋은 의료를 보장하도록

 청년한의사회는 이 문제를 직능 이기주의가 아닌 보건의료운동의 공통 과제로 제시하고자 합니다. 한의사가 공공의료에서 배제될 때, 지역 일차의료의 인력 풀은 줄어들고 결국 공적인 역할을 할 수 있는 보건의료인의 수 또한 줄어듭니다.

 따라서 장애인주치의·치매주치의·방문간호통합센터 등 지역사회 보건의료제도에 한의사 참여를 명시적으로 포함해야 합니다. 이 과정에서 재택·일차의료 현장에서의 한의사 역할과 권한이 재구성되어야 합니다. 그리고 첩약 급여화 본사업 전환과 같은 보장성 강화를 통해 비급여 영역이 많았던 한의 의료가 공공의료에 기여할 수 있도록 해야 합니다.

 청년한의사회 연대진료소의 역사는 소수자 커뮤니티와 함께하며 현장의 구체적인 수요를 반영한 제도화의 모델을 발굴해온 과정이었습니다. 하지만 이러한 모델을 국가적 차원의 책임으로 확장하기에 현재 한의사의 공적 역할은 개별 의료진의 희생에만 의존해야 할 만큼 제한적입니다. 낮은 보장성과 의사 인력 부족이라는 공공의료의 구조적 위기 속에서, 한의 의료의 건강보험 보장성을 강화하고 일차의료 인력으로서 온전히 기능하도록 그 역할과 권한을 재구성하는 것은 실질적인 해법이 될 수 있습니다. 따라서 한의사들에게 합당한 공적 역할을 부여하는 것은, 선의가 아닌 제도가 공공성을 담보하고 소수자의 건강권을 실현하게 하는 데 지름길이 될 것입니다.

청년한의사회 연대진료소 자세히 보기

장애인독립진료소 chunghan.org/?page_id=1109 나무진료소 chunghan.org/?page_id=1106


[별첨 1] 연대진료소 전체 연혁 (1990-2026)

연도 주요 사건 분류
1990.02.18 참의료실현 청년한의사회 창립 창립
1991.04.15 산돌 노동자진료소 개소 노동
1991.10.12 「한의사를 위한 직업병 안내서」 발간 노동
1995.04.01 구로한의원 개원 (산재직업병 전문) 노동
1997.06.08 농민한의원 개원 (완주군 용진면) 농민
1997.09.09 한방 산재보험 요양기관 지정 운동 노동
1997.04.14 성남 외국인노동자진료소 개소 노동
농민한의원 농촌질환연구소 설립 / 농부증 개념 정립 / 농약중독 연구 / 구급 상황 한방 처치 프로토콜 연구
2007.11.04 이주노동자한의원 개원 노동
2009 장애인독립진료소 개소 — 마로니에 팔인 농성 계기 장애인
2014.02 장애인독립진료소 청한 운영 시작 장애인
2015 사회복지공동모금회 장애인주치의사업 참여 장애인
2017 보건복지부 ‘장애인 한의약 건강증진 프로그램 개발’ 연구 참여 장애인
2018.03 나무진료소 개소 (십대여성일시지원센터) 여성
2022.07 성소수자와 함께하는 한의사/한의대생 모임 홍진단 창립 성소수자
2022.10-12 강북노동자복지관 한방진료소 노동
2023.05 장애인독립진료소 15주년 기념식 장애인
2023.07 성소수자 대상 한방의료기관 인식조사 실시 성소수자
2024-25 행성인 × 홍진단 한의진료소 운영 (4회 이상) 성소수자
2025 나무진료소 종결 — 서울시 지원 중단 여성
2025.01 한국성소수자의료연구회 창립총회 참석(홍진단) 성소수자
2026.01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 출근길 선전전 1000일 장애인

[별첨 2] 장애인독립진료소 세부 기록

개요

누적 진료인원 운영 기간 첩약 처방 운영 주기
4,000+명 17년 (2009~) 700+제 격주 일요일

연혁

시기 내용
2009.6-8 마로니에 팔인 농성 — 석암재단 인권침해 맞서 탈시설 장애인 8인 62일간 노숙 농성. 들풀이 찾아가 한의진료 연대 시작. 서울시 탈시설 정책 수립의 직접적 기반.
2009-2013 들풀 시기 — 5년간 891명 진료. 노들야학·발바닥행동 공동운영. 격주 일요일 체제 안착.
2014.1~ 청한 운영 시작. 약 150명 정회원·후원회원 기반. 2014-2022 9년간 2,559명 진료, 첩약 625제, 한약제제 9,132일분 처방.
2015-2017 사회복지공동모금회 장애인 주치의 사업 참여. 방문진료 200여 건. 환자 65.7%가 한의사를 주치의로 선택. 인식도 43.4%→66.2%.
2017 보건복지부 ‘장애인 대상 한의약 건강증진 프로그램 개발’ 연구 참여. 장애인 진료 인권교육 개발, 한의사 보수교육 자료 활용.
2020~ 코로나19 팬데믹 중 거주지 배송으로 의료공백 최소화.
2023 개소 15주년. 누적 4,000명 달성.

진료소의 의의

구분 내용
장애인 인권운동 연대 4·20 집회 의료지원단 파견, 광화문 농성 건강관리, 장애인 진료 인권교육·의료기관 지침 개발
장애인 건강주치의 근거 17년 임상 데이터·주치의 시범사업 참여. 재진율 86.9%, 주치의 참여 의향 94.8%
커뮤니티케어 모델 청한(의료) × 노들야학(코디네이터) × 발바닥행동(인권연대). 의료·복지·사회운동 통합
진료 원칙 1인 1실 원칙, 30분 예약 간격, 당사자와 직접 소통 최우선

[별첨 3] 나무진료소·아웃리치 세부 기록

개요

운영 기간 누적 진료 횟수 총 이용자 만족도
8년 (2018-2025) 242 142 4.8/5

과목별 진료 분포

과목 비중 비고
근골격계 35.5% 높은 굽 신발, 노동, 생활 환경이 주요 원인
정신과 21.9% 우울·공황·수면장애 — 예상보다 훨씬 높은 비중
호흡기 12.4%  
소화기 9.9%  
면역질환 9.5%  
피부 2.9%  
부인과 외 7.9%  

주요 특징

항목 내용
퀴어 프렌들리 예진 한의계 최초 도입. 실명 대신 활동명 사용, 진료진 전원 여성 구성
인권 친화적 진료 성매매·마약 노출 등 민감 사회력을 진료 상담에서 자연스럽게 파악 → 법률·산부인과 연계
경의선 아웃리치 2025년 홍대 경의선숲길 ‘지뢰계’ 서브컬처 청소년 대상 찾아가는 진료
종료 사유 2025년 서울시 예산 삭감으로 나무센터 운영 종료. 11.22 마무리 보고회

[별첨 4] 한국 의료 지속가능성 위기 — 의사 수 부족 중심

지표 내용
인구 1,000명당 의사 수 한의사 포함 2.6명 / 한의사 제외 2.1명 (OECD 평균 3.7명, 고소득 OECD 최하위)
의대 정원 2006년 이후 3,058명 동결 (19년간)
의사 부족 전망 2035년 최대 4,923명, 2040년 최대 11,136명 부족 (의사인력수급추계위)
지역별 격차 서울 제외 모든 지역에서 활동 의사 수 OECD 평균 미달 (KIHASA, 2025)
1인당 외래진료 횟수 17.9회/년 (OECD 평균 6.0회의 약 3배)
건보 적자 전망 2025-26년 적자 시작, 2028-30년 적립금 고갈 (국회예산정책처)
한의사 GP 비율 22,074명 중 67.0%(14,798명)가 일차의료 GP 활동 (Cha 등, 2017)
한의 공중보건의 2001년 38명 → 2015년 1,026명 (Shin 등, 2016)

[별첨 5] 한의사 배제 현황 및 판결 비교

제도별 배제 현황

제도/사업 포함 여부 비고
재택의료센터 시범사업 조건부 포함 의사(한의사) 명시. 192개 기관. 만족도 94%
장애인주치의 배제 수요 94.8%. 장애인건강권법 시행령 ‘의사’로만 규정
치매주치의 배제  
재택간호통합센터 배제  
방문간호·가정간호 배제 한의사 지시권 미인정
회복기 전문 재활병원 배제 재활의학과 정치적 반대
국공립병원 한의과 부재 일산병원 타당성 연구 ‘필요’ 결론, 미설치
ICT·TENS 자보만 적용 자동차보험 급여 / 건강보험 비급여

보장률 비교 (2024)

구분 보장률 비고
전체 평균 64.9%  
한의원 59.6% 전체 대비 -5.3%p
한방병원 41.7% 비급여 42.0% + 법정 16.3% = 환자 부담 58.3%

판결 비교

치과의사 보톡스 판결 한의사 초음파 판결 (2022)
의료행위 범위는 가변적 / 안면부는 치과의료행위이며 의과와 중첩 / 의료기술 발전과 소비자 선택 가능성 감안 학문적 원리 기준 폐기 → 새로운 3단계 기준 수립 / 보건위생상 위해 우려 없으면 사용 허용 / 의료행위 가변성 원칙 천명

주요 출처

1. OECD Health at a Glance 2023 / 보건복지부 「OECD 보건통계 2025」

2. KIOM, 「한의분야 장애인 건강관리의사제도 도입방안 연구」

3. 건강보험심사평가원, 「2024년 건강보험환자 진료비 실태조사」

4. 대법원 2016도21314 전원합의체 판결 (2022.12.22.)

5. Vickers AJ et al., J Pain, 2018; 19(5):455-474

6. NICE NG193, Chronic pain in over 16s, 2021

7. WHO TM Strategy 2025-2034, WHA78 (2025.5.26)

8. Cha 등, Integrative Medicine Research, PMC5381420, 2017

9. Baek GG et al., BMJ Open, 2025; 15(8):e094099

10. KIHASA, Regional Health Care Workforce Challenges, 2025

11. 장애인독립진료소 — chunghan.org/?page_id=1109

12. 나무진료소 — chunghan.org/?page_id=1106


[1]장애인독립진료소 17년 운영 기록, chunghan.org/?page_id=1109. 재진율 86.9%, 한의사 주치의 참여 의향 94.8%.

[2]나무진료소·아웃리치 8년 기록, chunghan.org/?page_id=1106. 이용자 만족도 4.8/5점.

[3]OECD Health at a Glance 2023. 의사인력수급추계위원회는 2035년 최대 4,923명, 2040년 최대 11,136명 부족 전망.

[4]KIHASA, “Regional Health Care Workforce Challenges in the Era of Population Decline”, 2025.

[5]Cha 등, Integrative Medicine Research, PMC5381420, 2017. 한의사 22,074명 중 67.0%가 GP 활동.

[6]건강보험심사평가원, 2024년 건강보험환자 진료비 실태조사, 2025.12.

[7]KIOM, 「한의분야 장애인 건강관리의사제도 도입방안 연구」; 장총련 성명, 2025.6.

[8]대법원 2022. 12. 22. 선고 2016도21314 전원합의체 판결, 2024. 6. 18. 최종 확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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